2023년 GDC 데모 부스마다 "기억하고 반응하는 AI NPC"가 줄지어 섰다. 3년이 지난 2026년 9월 현재, 이 기술 때문에 흥행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게임을 아무도 대지 못한다.
이번 호를 시작한 건 공식 발표가 아니라 한 사람의 개인 블로그였다.
AI 게임 스튜디오 Frisson Labs를 운영하는 Charles Niu가 5월 21일에 올린 글의 제목은 짧고 직설적이었다. 「It's 2026...where are all the AI NPCs?」
2023년, Character AI는 출시 첫 주에만 170만 건이 설치됐다. 그 열기를 타고 Inworld와 Convai 같은 스타트업이 "대사 한 줄에도 원가가 붙는 캐릭터"를 팔러 다녔다. 같은 해 스탠퍼드의 Joon Sung Park 연구팀은 NPC가 스스로 하루 일과를 짜고 소문을 퍼뜨리는 Generative Agents 논문을 내놓았다.
같은 흐름에서 Altera는 마인크래프트 안에 AI 에이전트 수백 개를 풀어놓고, 그들이 스스로 역할을 나눠 마을 하나를 굴리게 하는 실험을 공개했다. 논문과 데모 영상이 퍼지는 속도만 보면 다음 차례는 당연히 상업용 게임이어야 했다. 투자도 그 가정 위에서 움직였다.
찾아보니 그해 GDC 부스마다 비슷한 문구가 붙어 있었다. 기억하는 NPC, 반응하는 NPC.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그 데모들 중 실제로 출시돼 흥행한 게임을 대는 사람은 없다. 부스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매년 비슷한 부스가 다시 서고, 매년 비슷한 데모가 돈다.
Niu는 이 공백의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플레이어가 대화를 오래 나눌수록 개발사가 부담하는 추론 비용이 늘어난다. 그런데 그 비용을 리텐션이나 매출로 되돌려 받았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Niu는 이 구조를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The more the player chats, the more the dev has to pay."
플레이어가 말을 걸수록, 개발사가 내야 할 돈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 Charles Niu · Frisson Labs · 2026.05.21처음 몇 마디는 신기하다. 그 다음부터는 이름표만 다른 챗봇이다. Niu는 이 상태를 "a glorified NPC"라고 불렀다 — 그럴듯하게 포장됐을 뿐인 NPC라는 뜻이다.
지금의 언어모델은 기본값이 도움이 되고 아는 척하는 태도로 맞춰져 있다. 게임 캐릭터에게 필요한 건 고집 센 목표, 감정의 기복, 예측 못 할 돌발 행동인데, 모델은 그쪽을 배운 적이 없다.
실제로 붙여 보면 증상은 단순하다. 플레이어가 아무리 몰아붙여도 모델은 좀처럼 화를 내지 않고, 비밀을 지켜야 할 NPC는 두세 번 캐물으면 대체로 털어놓는다. 시나리오 작가가 공들여 심어둔 긴장이 대화 몇 번에 풀려버린다.
실물이 아예 없지는 않다. 다만 전부 딱지가 붙어 있다. 포트나이트는 2026년 4월 16일 NPC 대화 기능을 'Experimental'이라는 이름으로 넣었다. AI Dungeon을 만든 Latitude의 새 플랫폼 Voyage는 여전히 확장 베타이고, 그 안에서 테스터들이 직접 만든 고유 캐릭터는 16만 개를 넘었다.
그 사이에도 도전은 계속됐다.
Fai Nur가 세운 Status는 1,700만 달러를 투자받아 AI 캐릭터 채팅 게임을 만들고 있다. Piero Molino가 이끄는 Studio Atelico는 대화형 어드벤처 Whispers from the Star를 계속 다듬는 중이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아직 게임보다 플랫폼에 가깝다. 캐릭터와 대화하는 경험 자체를 상품으로 내놓은 쪽이지, 이미 있는 장르 안에 AI NPC를 한 명 끼워넣어 성과를 낸 사례는 여전히 비어 있다. 우리 데스크가 자료를 뒤지며 가장 오래 멈춰 선 대목도 거기였다.
우리 데스크가 이번 자료를 읽고 내린 판단은 이렇다. AI NPC가 안 된 이유는 모델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착해서다. 대사 한 줄에 원가가 붙는 게임 캐릭터는 역사상 처음이고, 그 원가를 낼 이유를 플레이어는 아직 느끼지 못했다.
당신 팀에도 이런 회의가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우리 게임에도 AI NPC 하나쯤" 하다가 예산 항목만 만들고 흐지부지된 회의. 그 회의가 다시 열릴 시점은 모델이 더 똑똑해지는 순간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지갑이 먼저 움직이는 순간이다.
이 호를 준비하며 지난 086호를 다시 펼쳐 봤다. 그때는 게임 안에 새로 들어온 주민 이야기를 썼다. 이번엔 그 주민이 왜 아직 소수인지를 물었다.
3년 전 기대와 지금의 실물 사이 간격을 손실로 읽을 수도 있었다. 이번 호는 그 대신 원가의 문제로 읽었다. 플레이어가 그 원가를 낼 이유를 아직 못 찾았을 뿐이지, 기술이 멈춘 건 아니라고 본다.
덧붙이자면 이번 호에 쓰려고 모아둔 자료 중 한 건은 결국 뺐다. AI NPC 체험자 반응을 긍정적으로 보고한 대학 연구가 있었는데, 손에 들어온 건 2차 보도뿐이고 원문을 끝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확인하지 못한 숫자는 싣지 않는다 — 그게 이 매거진이 스스로에게 건 규칙이다.
— Desk γ스팀 게임 53,597개 전수 조사가 보여준 AI 표기 게임의 신작·매출 비중 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