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TF Magazine Issue 087 2026 · September · 08
제출 화면›스토어 페이지›AI 고지 칸

출하 직전에
채우는 칸.

발매 버튼을 누르기 몇 시간 전, 스토어 제출 폼 안에 칸 하나가 늘었다. 이번 호는 그 칸을 누가, 어떤 회의를 거쳐, 무슨 문장으로 채우는지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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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는 제출 창구 카운터 위에 놓인 서류함 세 개. 맨 오른쪽 하나만 비어 있다.
제출 창구 끝에 서류함이 하나 늘었다. 아직 비어 있는 쪽이 이번 호의 자리다. Cover · Issue 087 · TSTF MAG
§01 발매 버튼 앞에서

우리 데스크에서는 최근 몇 달 사이, 출시 며칠 전 팀들이 스토어 제출 화면 앞에 다시 모이는 모습을 몇 번 지켜봤다.

예전엔 스크린샷과 태그, 연령 등급을 확인하면 끝나던 자리였다. 지금은 그 화면에 칸이 하나 늘었다. 이 게임을 만드는 데 생성형 AI 를 썼는지 밝히는 칸이다. Valve 는 Steam 스토어 콘텐츠 설문에서 개발자에게 생성형 AI 사용 여부를 직접 묻고, 그 답변은 상점 페이지에 그대로 노출된다.

칸은 체크박스 하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떤 문장을 어디까지 쓸지, 애셋 어디까지가 "생성형 AI 사용"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담당자끼리 짧은 회의가 따로 열리는 팀도 있다고 들었다. 이 호가 다루려는 건 "AI 때문에 무엇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없어진 것보다, 새로 생긴 절차 하나에 더 눈이 갔다. 제출 서류 쪽에 칸이 늘었고, 그 칸을 채우는 일이 이제 실제 업무 단계로 굳어졌다는 쪽이다.

그 칸에 들어가는 문장은 팀마다 다르다. 어떤 팀은 "일부 배경 이미지 제작에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했다"처럼 구체적으로 적고, 어떤 팀은 짧게 체크만 하고 넘어간다. 정해진 정답 문장이 없다 보니, 마케팅과 개발, 때로는 법무까지 한자리에 모여 문구를 다듬는 자리를 봤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 호에서 확인하려는 건 그 문구의 옳고 그름이 아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없던 회의 하나가, 이제 출하 일정표 어딘가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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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칸 하나가 늘었다는 사실을 숫자로

이번에 읽은 자료에서는 그 칸이 실제로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를 세어뒀다. Totally Human Media 의 Ichiro Lambe 가 2025년 7월 13일에 올린 집계에 따르면, Steam 에서 생성형 AI 사용을 고지한 타이틀은 7,818개다.

7,818 Fig 1. 생성형 AI 고지 타이틀 수
7% Fig 2. 전체 라이브러리 약 114,126개 대비
20% Fig 3. 2025년 출시작만 놓고 보면

출처 — Totally Human Media, Ichiro Lambe 집계(2025-07-13, Steam API 기반 게임 발견 서비스 운영 데이터). 2025년 7월 집계 기준.

전체 비율은 7%지만, 2025년에 새로 나온 타이틀만 따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작 다섯 개 중 하나꼴로 이 칸을 채운 셈이다. 1년 전에는 고지 타이틀이 약 1,000개였으니, 8배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늘어난 속도만 보면, 이건 소수 사례가 아니라 제출 절차의 정규 항목이 됐다는 뜻에 더 가깝다.

이 속도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내후년 이맘때는 신작 스토어 페이지에서 이 칸을 아예 안 보는 쪽이 오히려 드문 일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이건 우리 데스크의 추정이지, 집계에 나온 수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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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무책임하다는 말, 그리고 그 반박

이 칸을 놓고 가장 날 선 말을 남긴 쪽은 다름 아닌 다른 스토어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Epic Games CEO 팀 스위니(Tim Sweeney)는 PC Gamer 인터뷰(2026-06-25 보도 기준)에서 Valve 의 AI 고지 요구를 "really irresponsible"(정말 무책임하다)라고 말했다.

"Steam 에 올리려면 이 AI 의 주홍글씨(this Scarlet Letter of AI)를 제품에 달아야 한다."

— 팀 스위니(Tim Sweeney), Epic Games CEO · PC Gamer 인터뷰(2026-06-25 보도 기준)

이 말이 전부 맞다고 보긴 어렵다. Techdirt 는 2026년 7월 1일 기사에서 스위니의 이 발언을 반박했다. 고지 칸이 낙인이 아니라 정보 제공에 가깝다는 쪽이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이 호에서 판정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Unreal Engine 6 을 만드는 회사가 다른 플랫폼의 체크박스 문구를 두고 이 정도로 언성을 높였다는 사실 자체가, 그 칸이 더는 사소한 체크박스가 아니라는 쪽으로 읽혔다.

스위니의 말에는 계산도 섞여 있다. Epic 은 Unreal Engine 6 를 앞세워 개발사를 자기 생태계로 끌어들이려는 입장이고, 경쟁 플랫폼의 정책을 깎아내리는 발언은 그 자체로 마케팅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발언이 전부 수사만은 아니다. 실제로 그 칸을 채워야 하는 쪽은 스위니가 아니라 현장의 개발팀이기 때문이다.

작은 팀일수록 이 칸 앞에서 고민이 길어진다는 이야기를 우리 쪽에서도 들었다. 대형 스튜디오는 법무팀이 표준 문구를 미리 만들어두지만, 몇 명이 전부인 팀은 그 한 문장을 직접 써야 한다.

§04 옆 트랙에서 오간 이야기

같은 시기 Gamescom Dev 2026(2026년 8월 23~25일) 무대에서는 AI 트랙이 둘로 갈렸다. AI for Gameplay 와 AI for Production. Production 트랙은 애셋 생성과 자동 QA, 파이프라인 가속을 다뤘고 Electronic Arts·Tencent·Wargaming·The Multiplayer Group·JetBrains 같은 이름이 오갔다. 제출 폼의 칸과는 결이 다른 자리였지만, 같은 컨퍼런스 안에서 나란히 열렸다는 점만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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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역할이 바뀐다는 쪽에 가깝다

같은 컨퍼런스에서 연사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도 나왔다(GamesBeat, 2026-08-11 보도). 같은 행사 목록에는 Warhorse Studios 의 Petr Smrček 이 진행한 「Kingdom Come: Deliverance II」 세션과 Ubisoft Montreal 의 Vincent Martineau 세션도 나란히 올라 있었다.

출처 — Gamescom Dev 2026 연사 설문(표본 100명), GamesBeat 보도(2026-08-11)

숫자만 늘어놓으면 각자 원하는 쪽으로 골라 읽기 좋은 표다. 우리 데스크는 이 표를 팀을 줄이는 근거보다는 역할이 바뀐다는 쪽에 가깝게 읽는다. 36%와 33%는 크게 벌어지지 않았지만, 스토어 제출 칸이라는 별도 절차가 이미 하나 생겨난 걸 보면, 없어지는 역할보다 새로 생기는 역할 쪽에 무게가 실린다고 본다.

다만 표본이 100명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임원급이나 대형 스튜디오 연사가 많이 섞였을 가능성도 있고, 그러면 답변이 현장 체감과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그래도 같은 컨퍼런스에서 나란히 열린 두 갈래 트랙과 겹쳐 보면, 방향 자체는 일관돼 보인다.

역할이 바뀐다는 쪽으로 기운다고 해서 지금 당장 무언가를 바꾸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스토어 제출 폼에 칸이 하나 늘고, 그 칸을 채우는 회의가 실제로 열리기 시작했다면, 다음 순서로 팀 안의 역할표에도 비슷한 칸이 하나 늘 차례일 수 있다.

당신 팀에도 조만간 이 칸을 채울 회의가 하나 생길 것이다. 누가 그 문장을 쓸지, 어디까지를 고지 범위로 볼지는 아직 정해진 매뉴얼이 없다. 이 호가 확인한 건 그 정도다. 칸은 생겼고, 그 칸을 채우는 사람도 이미 생겼다.

Previously — 지난 호
Issue 086

게임 안에 새 주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