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TF Magazine Issue 082  ·  Column 2026 · August · 28
Issue 082 · 현장 리포트

같은 건물,
다른 층.

TSTF 안에서도 층마다 온도가 다르다. 이번 호는 지도앱 없이 건물을 한 바퀴 걸어본 기록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안, 손에 잡히는 도구가 층마다 확연히 달랐다.

빈 작업장 복도의 긴 유공 보드 공구걸이. 왼쪽 절반은 갈고리가 비어 있고 공구 자리 윤곽선만 남아 있으며, 오른쪽 절반은 갈고리마다 공구가 그대로 걸려 있다.
Cover · Issue 082 "왼쪽 절반은 갈고리만 남았고, 오른쪽 절반은 공구가 그대로 걸려 있다." TSTF MAG · 2026
§ 01  복도를 걷는다

한 건물, 두 개의 표정.

이번 호는 층마다 다른 사무실을 그려 보며 시작한다. 위층에는 기획과 마케팅이 있고, 아래층에는 코드와 그래픽이 있다. 같은 건물, 같은 점심시간, 같은 출입증. 그런데 도구를 쓰는 손의 움직임은 층마다 확연히 달랐다.

이번에 읽은 자료는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가 해마다 내놓는 「2026 State of the Game Industry」다. 응답자는 2,300명이 넘는다. 개인 차원에서 생성형 AI를 실제로 쓴다고 답한 비율은 36%였다. 그런데 소속 부서를 나누는 순간 그림이 완전히 갈라졌다. 게임 스튜디오 소속 응답자는 30%였고, 퍼블리싱·지원·마케팅/PR 소속 응답자는 58%였다. 회사 차원에서 생성형 AI 도입을 결정했다고 답한 비율은 52%였다.

우리 데스크에서는 이 두 숫자, 30%와 58%를 나란히 놓고 한참 들여다봤다. 같은 회사, 같은 방침 아래에서 이렇게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회사가 도입을 결정한다고 해서 모든 층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

§ 02  직급이 가르는 선

위로 갈수록 손이 먼저 간다.

부서만 가르는 게 아니었다. 자료는 직급으로도 쪼갰다. 상위 관리직에서는 47%가 생성형 AI를 쓴다고 답했고, 스튜디오 디렉터급은 36%, 그 아래 실무 직급은 29%로 떨어졌다.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AI 도구를 쓴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AAA 규모 스튜디오만 따로 떼어 보면 이 숫자는 30%로 올라간다.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사내 도구를 미리 갖춰 둔 셈이다. 직급이 높을수록 이런 사내 도구에 먼저 접근할 기회도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표를 조금 더 붙잡고 있으면 다른 틈도 보인다. 개인이 쓴다고 답한 비율은 36%인데 회사 차원에서 도입했다고 답한 비율은 52%다. 그 사이에는 16%포인트가 비어 있다. 회사가 도입을 결정하는 일과 그 결정이 각자의 책상까지 내려오는 일은 서로 다른 사건이다. 우리는 이 빈칸이 층과 층 사이의 거리라고 본다.

§ 03  어디에 손이 가는가

붐비는 앞단, 비어 있는 결과물.

용도별로 나눠 보면 이 격차의 위치가 더 뚜렷해진다. 자료조사와 브레인스토밍에 쓴다는 응답이 81%로 가장 높았다. 메일 작성이나 코드 보조 같은 일상 업무는 47%, 프로토타이핑은 35%였다. 반면 게임에 실제로 들어가는 에셋을 생성형 AI로 만든다는 응답은 19%까지 떨어졌다. 절차적 생성은 10%, 플레이어가 직접 만나는 기능에 쓰인다는 응답은 5%뿐이었다.

용도응답 비율
자료조사·브레인스토밍81%
일상 업무(메일·코드 보조)47%
프로토타이핑35%
게임에 들어가는 에셋 생성19%
절차적 생성10%
플레이어 대면 기능5%

붐비는 곳은 앞단이고, 비어 있는 곳은 결과물 옆이다.

조사에서 가장 높은 칸의 이름은 "자료조사·브레인스토밍"이었고, 가장 낮은 칸의 이름은 "플레이어가 직접 만나는 기능"이었다. 뒤쪽은 게임을 켠 사람이 화면에서 곧바로 마주치는 자리다. 그 자리의 숫자가 5%다.

실제로 자료조사와 회의 메모 옆에서는 챗봇 탭이 늘 열려 있다. 엔진 파일을 여는 손 옆에서는 그 탭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 텍스트 쪽에서는 ChatGPT가 74%로 압도적이고, Google Gemini가 37%, Microsoft Copilot이 22%로 뒤를 잇는다. 이미지·영상 쪽에서는 Midjourney가 17%, Adobe Generative Fill이 13%, Sora가 8%였다. 이름을 나열해 보면 공통점이 하나 보인다. 전부 문서와 이미지를 다루는 범용 도구다. 엔진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이름은 이 목록에 없다.

§ 04  말이 다르게 나온다

숫자 옆의 온도.

숫자만 갈리는 게 아니라 말도 갈렸다. 생성형 AI가 산업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52%로 뛰었다. 1년 전에는 30%였다. 긍정 응답은 7%로 내려갔다. 2025년에는 13%였다. 1년 사이에 방향이 이만큼 빠르게 뒤집힌 항목은 이 조사에서 드물다.

Game Developer 는 이 결과를 전하면서 한 시니어 개발자의 말을 실었다. 기사에 이름은 없다. 익명으로만 붙어 있다.

"왜 내가 인간의 창의성을, 이전에 나온 모든 것을 게워낸 짜깁기로 바꿔야 하는가?"

— Game Developer 가 인용한 익명의 시니어 개발자

이 문장을 쓴 사람이 어느 층에 앉아 있는지 자료는 알려주지 않는다. 직군별 응답을 놓고 보면 짐작할 여지는 남는다.

§ 05  우리가 보는 것

손이 닿는 자리, 닿지 않는 자리.

이 격차를 다 늘어놓고 나니 그림이 하나로 잡힌다. 도구는 층마다 다르게 놓여 있다. 결과물에 가까운 자리일수록 손에 덜 잡힌다. 비주얼·테크니컬 아트 직군에서는 64%가, 게임 디자인·내러티브 직군에서는 63%가, 프로그래밍 직군에서는 59%가 이 흐름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반면 임원과 사업 운영 직군의 긍정 응답은 각각 19%였다. 결과물을 직접 만드는 층과, 그 결과물을 기획하고 파는 층이 같은 표를 보고도 다른 결론을 낸 셈이다.

우리 데스크가 보는 쪽은 이렇다. 도구가 부족해서 안 쓰는 게 아니다. 결과물 자리에서는 아직 신뢰를 못 얻었다고 본다. 자료조사창을 여는 손과 최종 파일을 만지는 손이 같은 사람이어도, 그 두 자리에서 도구를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당신 팀에도 이런 층이 있을 것이다. 회의록은 AI로 정리하면서, 정작 빌드에 들어가는 파일은 손으로만 만지는 자리. 그 자리가 어디인지 한 번쯤 짚어볼 만하다.

— Desk 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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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081
먼저 서명하는 종이

계약 조항이 앞서 도착하는 순서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