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TF Magazine Issue 084  ·  The Read 2026 · September · 01
Issue 084

두 장의 그림이
다른 물건이 된다

같은 프롬프트에서 나온 배경 그림 두 장이 있다. 한 장은 사람이 붓을 대서 우리 자산이 됐고, 다른 한 장은 그대로 실려서 누구의 것도 아닌 채로 게임에 들어갔다. 이번 호는 그 경계가 정확히 어디서 그어지는지를 따라가 본다.

같은 프롬프트에서 갈라져 나온 두 장의 배경 그림, 한 장은 손을 댄 흔적이 남아 있다
Cover · Issue 084 — "같은 명령에서 갈라져 나온 두 장 중, 손을 거친 한 장만 우리 것이 된다."
§ 01

폴더 안에서
갈라지는 두 장

요즘 아트 쪽 작업 폴더를 열면 이런 짝을 어렵지 않게 본다. 배경 원화 두 장이 나란히 놓여 있는데, 하나는 생성 도구에 프롬프트를 넣고 나온 그림을 그대로 내보낸 파일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결과물 위에 삼십 분 넘게 브러시로 손을 댄 파일이다. 겉으로 보면 구분이 안 된다. 같은 폴더, 같은 해상도, 같은 이름 규칙, 같은 커밋 로그.

법적으로는 남남이다. 손을 댄 그림에는 저작권이 붙는다. 회사 자산으로 등록할 수 있고, 나중에 누가 그대로 베껴 쓰면 문제 삼을 수 있다. 손대지 않은 그림은 낸 사람 것도, 회사 것도 아니다. 아무도 소유하지 않은 채로 게임에 실린다. 우리 데스크에서는 최근 이 구분을 묻는 질문을 몇 번 받았다. 답은 매번 같았다. "만든 방식이 아니라, 손댄 흔적이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골치 아픈 지점은 따로 있다. 파이프라인 어디에도 둘을 갈라 적어두는 칸이 없다는 것이다. 빌드에 들어가는 순간 두 파일은 같은 경로에 같은 규칙으로 나란히 패키징되고, 몇 달 뒤에 어느 쪽이 손을 거친 파일이었는지 되짚으려면 작업한 사람의 기억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기억은 이직하면 같이 나간다.

§ 02

저작청과 대법원이
이미 그은 선

이 구분은 편집부의 짐작이 아니다. 미국 저작권청이 지난해 1월 낸 보고서에 이미 정리돼 있다. 순수하게 AI가 만들어낸 산출물에는 저작권이 붙지 않는다는 결론이었다. 보고서 문구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프롬프트를 제공한 것만으로는" 저작자 지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사람이 창작적으로 고쳐 넣은 부분은 보호받지만, 손대지 않은 생성 구간은 퍼블릭 도메인에 남는다.

이번에 읽은 뉴스에서는 이 기준이 한 번 더 단단해지는 장면도 나왔다. 지난 3월 2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탈러 대 펄머터(Thaler v. Perlmutter)」 사건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사람의 창작적 기여 없이 전부 AI가 만든 산출물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하급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저작권청 보고서와 대법원 판단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니, 이건 이제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확정된 규칙에 가깝다.

보고서가 못 박은 쪽은 프롬프트다. 몇 번을 고쳐 넣든 프롬프트를 제공한 것만으로는 저작자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나온 그림 위에 사람이 직접 그은 선은 그 선만큼 보호받는다. 그림 한 장이 통째로 우리 것이 되는 게 아니라, 손댄 구간만 우리 것이 된다는 뜻이다. 이 차이가 실무에서는 꽤 크다. 배경 한 장에 붓질 몇 번 얹어놓고 자산 목록에 "우리 것"이라고 적어두면, 정작 다툼이 붙었을 때 그 한 줄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 03

그래서, 복제해도 된다

결과는 단순하다. 프롬프트만 넣고 그대로 낸 에셋은 경쟁사가 통째로 복제해 자기 게임에 넣어도 막을 방법이 없다. 같은 타이틀 안에서도 손댄 배경과 안 댄 배경의 법적 지위가 나뉜다.

§ 04

날짜가 박힌
규제 하나

여기에 마감일이 하나 겹친다. EU AI Act 제50조 투명성 의무가 지난달 8월 2일부터 발효했다. 진짜처럼 보일 수 있는 AI 생성·조작 콘텐츠는 공시해야 하고, 생성물에는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표시를 남겨야 하고, 플레이어가 AI 시스템과 상호작용할 때는 그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위반하면 1,500만 유로와 전 세계 매출의 3퍼센트 중 큰 쪽이 과징금으로 매겨진다. 스튜디오가 어디에 있든, EU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면 그대로 적용된다. 트레일러나 스토어 페이지, 키아트 같은 마케팅 자산의 AI 사용도 별도로 공시 대상이다.

공시 문구 한 줄 붙이고 끝나는 일도 아니다.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표시를 남기라는 요구는, 내보내는 단계에서 이 산출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파일에 붙여두라는 말에 가깝다. 그런데 내보낼 때 붙이려면 만들 때 적어뒀어야 한다. 앞 절에서 말한 그 없는 칸이, 여기서 다시 걸린다.

"모두가 반겼던 유예는 고위험 시스템에 대한 것이었다. 제50조는 애초에 그 범주에 들어간 적이 없다."

— Rob Sandberg · 게임 프로덕션 경력 30년+

같은 글에서 그는 이렇게도 썼다. "게임 본편은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 트레일러는 아니다." 기록해 두지 않은 것은, 그의 말대로, 공시할 수도 없다.

§ 05

법무의 질문이 아니라,
프로덕션의 결정

그래서 "어디까지 AI로 만들 것인가"는 더 이상 법무팀에 던질 질문이 아니다. 어느 자산에 사람 손을 남겨서 우리 소유로 세울지 정하는, 프로덕션 단계의 결정이다. 당신 팀에도 이런 자리가 있을 것이다. 프롬프트 하나로 끝내버린 배경 하나, 손대지 않은 채 넘어간 트레일러 컷 하나쯤은 다들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계류 중인 사건도 쌓이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미국에서만 AI 저작권 소송이 70건 넘게 걸려 있고, 디즈니·유니버설·워너브라더스가 미드저니를 상대로 낸 사건은 아직 증거개시 단계다. 작가들이 낸 집단소송(Andersen 외)의 재판은 이번 달 열릴 예정이다. 아직 결론이 난 사건들은 아니다. 그래도 이 소송들이 향하는 방향은 저작권청 보고서, 대법원 판단과 다르지 않다.

정리하면 우리 데스크의 판단은 이렇다. 지금 필요한 것은 AI를 쓸지 말지 다시 정하는 회의가 아니라, 어느 에셋에 사람 손이 들어갔는지 그때그때 적어두는 칸 하나다. 그 칸이 있으면 자산 등록도 공시도 그 위에서 처리되고, 없으면 두 가지를 마감 직전에 한꺼번에 해야 한다. 칸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필드 하나와 습관 하나다.

이 결정을 미뤄둘 이유는 이제 없다고 본다. 나중에 정리하겠다는 계획은, 마감일이 지나고 나면 계획이 아니라 뒤처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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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083
막히는 자리가 옮겨갔다

DORA 조사에서 처리량은 회복됐지만 배포 안정성은 반대로 갔다는, 병목의 위치가 옮겨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