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곡선만 보면 계속 오른다. 그런데 같은 조사 안에서, 접은 비율도 나란히 오르고 있었다. 이번 호는 그 두 곡선이 함께 오르는 자리를 본다 — 한 번 켰던 도구를 조용히 끄는 자리.
이번에 읽은 기사에서는 숫자 하나가 유독 눈에 걸렸다. 도입률 그래프가 아니라, 그 옆에 나란히 그려진 다른 그래프였다.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가 북미와 유럽 응답자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를 CIO Dive 가 보도했다. 시도한 AI 프로젝트 대부분을 접었다고 답한 기업이 42%였다. 1년 전 같은 질문에는 17%가 그렇다고 답했다. 프로덕션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멈춘 PoC 비율은 평균 46%에 달했다.
도입 자체는 줄지 않았다. IT 운영 쪽 도입이 가장 많았고, 고객경험 워크플로와 마케팅이 그 뒤를 이었다. 늘어나는 도입과 늘어나는 접기가 같은 조사 안에 나란히 앉아 있다는 것 — 이게 이번 호가 붙든 지점이다.
1년 만에 17%에서 42%로 뛴 수치는, 사람들이 이 기술을 덜 써서가 아니라 더 많이 써봐서 나온 결과에 가깝다. 켜보는 조직이 늘어날수록, 켜본 뒤 접는 조직도 함께 늘어난다 — 그 자체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 호는 "무엇을 잃었는가"를 묻지 않는다. 접는 결정이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이유로 내려지는지를 본다. 도입이 꺾였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두 곡선이 함께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이야기의 전부다.
이 조사가 게임 스튜디오를 콕 집어 다루지는 않는다. 그래도 도입이 몰리는 자리 — 운영 업무, 고객 응대, 마케팅 — 는 낯설지 않다.
"Celebrating failures on some of this matters."
"이 중 일부가 실패하는 걸 오히려 축하해야 한다"는 뜻이다.
— Amanda Luther · Boston Consulting Group Managing Director and Partner성능이 나빠서 접은 게 아니었다. 걸림돌로 꼽힌 건 다른 이름들이었다.
조사가 꼽은 걸림돌은 세 가지였다.
세 걸림돌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나온다. 비용은 재무 보고서에서 먼저 눈에 띄고, 프라이버시는 보안팀 메일함에서 걸리고, 리스크는 감사 시즌에 뒤늦게 드러난다. 셋이 한 회의 테이블 위에 동시에 올라오는 순간, 도구는 꺼진다.
걸림돌 세 가지는 모두 계산의 문제였다. 얼마나 쓸 것인가, 어디까지 내보낼 것인가, 누가 그 권한을 들여다볼 것인가 — 이 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뀌면 도구도 꺼진다.
우리 데스크에서는 이 대목을 조금 다르게 읽었다. 도구를 끄는 순간은 사고가 아니다. 회고 15분짜리 회의고, 계정 하나를 정리하는 클릭이고, 문서에 링크 하나만 남기는 결정이다.
"There's a lot of trial and error to this because it's a new technology. Embracing that is okay."
새로운 기술이라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걸 받아들여도 괜찮다는 뜻이다.
— Htike Htike Kyaw Soe · KPMG U.S. Managing Director of Advisory Digital편집부는 이 흐름을 실패의 증거로 읽지 않는다. 켰던 걸 끄는 결정이 늘어난다는 건, 도구를 고르는 눈이 그만큼 까다로워졌다는 신호로 읽는 쪽이 맞다고 본다.
TSTF 안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QA 리포트 초안을 자동으로 뽑아주던 도구를 끈 주가 있었는데, 그 주 내내 아무도 그게 사라졌다는 걸 묻지 않았다. 위키 문서에는 링크 하나만 남았고, 그 페이지는 이제 아무도 누르지 않는다.
찾아보니 이 흐름을 먼저 짚은 예측이 하나 있었다. Gartner 는 2024년 7월,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최소 30%가 2025년 말까지 PoC 이후 폐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유로는 데이터 품질, 리스크 통제 부족, 비용 상승, 불분명한 사업 가치를 꼽았다. 이 숫자는 어디까지나 예측이었고, 원문을 검색 스니펫 이상으로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질문은 "누가 옳았나"가 아니라 "패턴이 반복되는가"로 좁혀진다.
그해 보도자료에서 Gartner 애널리스트 Rita Sallam 은 "경영진은 성과를 보고 싶어 조급한데, 조직은 가치를 증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짚었다.
예측과 실측 사이엔 시차가 있다. 그래도 방향은 같다. 켜는 손과 끄는 손이 같은 조직 안에서 동시에 바빠지고 있다.
당신 팀에도 이런 자리가 있을 것이다. 남은 크레딧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자리, 정리되는 계정들을 누가 지울지 정하는 자리.
그 자리에서 나오는 말은 대개 짧다. "일단 정리하자." 그 한 줄이 회의록에 남고, 나머지는 각자의 메모장에 흩어진다.
지난 몇 호에서는 도구를 켜는 쪽 이야기만 주로 다뤘다. 이번 자료를 읽고 나니, 끄는 쪽 이야기도 같은 무게로 다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지금 켜져 있는 걸 다 의심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어느 자리에서 무엇을 접었는지 기록해두는 습관 정도는, 다음 도입을 판단할 때 쓸모가 있을 것이다.
이 흐름을 나쁘다고 볼지, 건강하다고 볼지는 자리마다 다르게 읽힐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 켜는 결정만큼, 끄는 결정에도 이름을 남겨두는 편이 낫다.
42%라는 숫자는 실패율이 아니라 판단력의 흔적이다. 당신 팀의 회고 15분짜리 회의에는, 지금 무엇이 조용히 꺼지고 있는가.
같은 회사 안에서 만드는 쪽과 파는 쪽의 AI 도구 사용률이 갈렸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