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TF Magazine Issue 078  ·  Column 2026 · August · 24
Issue 078 — Signal

조용히
도구.

도입 곡선만 보면 계속 오른다. 그런데 같은 조사 안에서, 접은 비율도 나란히 오르고 있었다. 이번 호는 그 두 곡선이 함께 오르는 자리를 본다 — 한 번 켰던 도구를 조용히 끄는 자리.

설비실 선반의 스위치 표시등이 모두 꺼져 있고, 위쪽 브래킷은 장비가 빠진 자리로 비어 있다
Cover · Issue 078 "표시등이 다 꺼진 뒤에도, 장비가 빠진 자리의 나사 구멍은 그대로 남아 있다." TSTF MAG · 2026
§ 01  —  Signal

오르는
두 곡선.

이번에 읽은 기사에서는 숫자 하나가 유독 눈에 걸렸다. 도입률 그래프가 아니라, 그 옆에 나란히 그려진 다른 그래프였다.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가 북미와 유럽 응답자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를 CIO Dive 가 보도했다. 시도한 AI 프로젝트 대부분을 접었다고 답한 기업이 42%였다. 1년 전 같은 질문에는 17%가 그렇다고 답했다. 프로덕션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멈춘 PoC 비율은 평균 46%에 달했다.

도입 자체는 줄지 않았다. IT 운영 쪽 도입이 가장 많았고, 고객경험 워크플로와 마케팅이 그 뒤를 이었다. 늘어나는 도입과 늘어나는 접기가 같은 조사 안에 나란히 앉아 있다는 것 — 이게 이번 호가 붙든 지점이다.

1년 만에 17%에서 42%로 뛴 수치는, 사람들이 이 기술을 덜 써서가 아니라 더 많이 써봐서 나온 결과에 가깝다. 켜보는 조직이 늘어날수록, 켜본 뒤 접는 조직도 함께 늘어난다 — 그 자체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 호는 "무엇을 잃었는가"를 묻지 않는다. 접는 결정이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이유로 내려지는지를 본다. 도입이 꺾였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두 곡선이 함께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이야기의 전부다.

이 조사가 게임 스튜디오를 콕 집어 다루지는 않는다. 그래도 도입이 몰리는 자리 — 운영 업무, 고객 응대, 마케팅 — 는 낯설지 않다.

Quote

"Celebrating failures on some of this matters."

"이 중 일부가 실패하는 걸 오히려 축하해야 한다"는 뜻이다.

— Amanda Luther · Boston Consulting Group Managing Director and Partner

성능이 나빠서 접은 게 아니었다. 걸림돌로 꼽힌 건 다른 이름들이었다.

§ 02  —  The Read

접기로 정하는
회의실.

조사가 꼽은 걸림돌은 세 가지였다.

  • 비용 — 켤 때의 견적과 계속 켜둘 때의 청구서가 달랐다는 계산.
  • 데이터 프라이버시 — 사내 데이터가 어디로 나가는지 다시 확인해야 했던 경로.
  • 보안 리스크 — 새로 생긴 접근 권한과 로그가 그 자체로 관리 대상이 됐다는 판단.

세 걸림돌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나온다. 비용은 재무 보고서에서 먼저 눈에 띄고, 프라이버시는 보안팀 메일함에서 걸리고, 리스크는 감사 시즌에 뒤늦게 드러난다. 셋이 한 회의 테이블 위에 동시에 올라오는 순간, 도구는 꺼진다.

걸림돌 세 가지는 모두 계산의 문제였다. 얼마나 쓸 것인가, 어디까지 내보낼 것인가, 누가 그 권한을 들여다볼 것인가 — 이 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뀌면 도구도 꺼진다.

우리 데스크에서는 이 대목을 조금 다르게 읽었다. 도구를 끄는 순간은 사고가 아니다. 회고 15분짜리 회의고, 계정 하나를 정리하는 클릭이고, 문서에 링크 하나만 남기는 결정이다.

Quote

"There's a lot of trial and error to this because it's a new technology. Embracing that is okay."

새로운 기술이라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걸 받아들여도 괜찮다는 뜻이다.

— Htike Htike Kyaw Soe · KPMG U.S. Managing Director of Advisory Digital

편집부는 이 흐름을 실패의 증거로 읽지 않는다. 켰던 걸 끄는 결정이 늘어난다는 건, 도구를 고르는 눈이 그만큼 까다로워졌다는 신호로 읽는 쪽이 맞다고 본다.

§ 03  —  Ground

아무도 묻지
않은 주.

TSTF 안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QA 리포트 초안을 자동으로 뽑아주던 도구를 끈 주가 있었는데, 그 주 내내 아무도 그게 사라졌다는 걸 묻지 않았다. 위키 문서에는 링크 하나만 남았고, 그 페이지는 이제 아무도 누르지 않는다.

§ 04  —  Another Lens

예측이었던 숫자.

찾아보니 이 흐름을 먼저 짚은 예측이 하나 있었다. Gartner 는 2024년 7월,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최소 30%가 2025년 말까지 PoC 이후 폐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유로는 데이터 품질, 리스크 통제 부족, 비용 상승, 불분명한 사업 가치를 꼽았다. 이 숫자는 어디까지나 예측이었고, 원문을 검색 스니펫 이상으로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질문은 "누가 옳았나"가 아니라 "패턴이 반복되는가"로 좁혀진다.

그해 보도자료에서 Gartner 애널리스트 Rita Sallam 은 "경영진은 성과를 보고 싶어 조급한데, 조직은 가치를 증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짚었다.

예측과 실측 사이엔 시차가 있다. 그래도 방향은 같다. 켜는 손과 끄는 손이 같은 조직 안에서 동시에 바빠지고 있다.

§ 05  —  For Us

당신 팀의 그 자리.

당신 팀에도 이런 자리가 있을 것이다. 남은 크레딧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자리, 정리되는 계정들을 누가 지울지 정하는 자리.

그 자리에서 나오는 말은 대개 짧다. "일단 정리하자." 그 한 줄이 회의록에 남고, 나머지는 각자의 메모장에 흩어진다.

지난 몇 호에서는 도구를 켜는 쪽 이야기만 주로 다뤘다. 이번 자료를 읽고 나니, 끄는 쪽 이야기도 같은 무게로 다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지금 켜져 있는 걸 다 의심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어느 자리에서 무엇을 접었는지 기록해두는 습관 정도는, 다음 도입을 판단할 때 쓸모가 있을 것이다.

이 흐름을 나쁘다고 볼지, 건강하다고 볼지는 자리마다 다르게 읽힐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 켜는 결정만큼, 끄는 결정에도 이름을 남겨두는 편이 낫다.

42%라는 숫자는 실패율이 아니라 판단력의 흔적이다. 당신 팀의 회고 15분짜리 회의에는, 지금 무엇이 조용히 꺼지고 있는가.

Previously  —  지난 호
Issue 077
만드는 층과 파는 층

같은 회사 안에서 만드는 쪽과 파는 쪽의 AI 도구 사용률이 갈렸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