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TF Magazine Issue 077  ·  현장 르포 2026 · August · 21
Issue 077 — 현장 르포

만드는 층과
파는 층.

같은 회사, 같은 하루. 위층과 아래층에서 같은 이름의 프로그램이 서로 다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차이를 발로 걸어서 하루 동안 확인했다.

사무실 건물의 두 층, 위층은 코드 화면 아래층은 채팅형 AI 창이 여러 개 켜진 모니터
Cover · Issue 077 같은 건물, 두 층. 아침엔 조용했고 낮엔 화면이 여러 개 켜져 있었다. TSTF MAG · 2026
§ 01

오전 아홉 시, 개발실.

아침 아홉 시, 개발실 자리를 한 바퀴 돌았다. 화면마다 다른 게 떠 있었다.

언리얼 에디터 창, 스프레드시트, 깃 로그, 슬랙. QA 자리에는 어제 돌린 테스트 체크리스트가 그대로 열려 있었고, 아트 자리에는 레퍼런스 이미지 폴더가 떠 있었다. 슬랙에는 어제 밤 크래시 알림이 세 건 올라와 있었다. 아무도 그 알림을 챗GPT에 붙여 넣지 않았다.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 탭을 열어둔 자리는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아홉 시 반, 스탠드업이 시작됐다. 어제 한 일, 오늘 할 일, 막힌 부분을 한 사람씩 짚었다. 누군가는 버그 하나를 반나절째 붙잡고 있다고 했고, 누군가는 리소스 마감을 오늘 안에 맞추겠다고 했다. 15분이 지났다. 그 15분 안에 도구 이름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9시 45분, 리드 프로그래머가 오늘 안에 끝내야 할 리스트를 화이트보드에 적었다. 화이트보드 옆에는 지난주에 붙여둔 마일스톤 일정표가 그대로 있었다. 그 일정표에도 AI 도구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그날 아침 유일하게 AI 창을 켜둔 자리는 한 곳, 신규 시스템 기획서 초안을 정리하던 기획자였다. 그 기획자도 초안 단계에서만 그 창을 열어두고, 정리가 끝나면 곧바로 닫았다. 나머지는 각자의 도구로 돌아갔다. 누가 숨긴 게 아니다. 그 이야기가 나올 자리 자체가 없었다.

§ 02

그리고, 이상한 게 없었다.

그날 오전에는 특별히 이상한 걸 못 봤다. 못 본 게 이상하다는 건 오후가 되어서야 알았다.

§ 03

낮 열두 시, 사업층.

점심을 먹고 계단을 두 층 올라갔다. 사업·마케팅 자리였다.

그 자리 모니터에는 언리얼 엔진이나 유니티 창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모니터 하나에 챗GPT 창이 세 개, 그 옆 모니터에 구글 제미나이 창이 하나 더 떠 있었다. 스토어 페이지 문구를 열 번쯤 고쳐 쓰는 자리가 있었고, 다른 자리는 광고 소재 문구 초안을 뽑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창을 띄워놓은 자리도 있었다. 이번에 읽은 보고서에서는 이 장면에 숫자를 붙여놓았다. GDC가 발표한 「2026 State of the Game Industry」는 게임업계 종사자 2,300명 이상을 조사했는데, 오차범위는 ±3%였다. 챗GPT 사용률이 74%, 구글 제미나이가 37%,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이 22%로 나왔다. 쓰는 방식도 적혀 있었다. 자료 조사·브레인스토밍이 81%로 가장 많았고, 일상 업무와 코드 보조가 각각 47%, 프로토타이핑이 35%였다. 그리고 부서별 격차도 함께 적혀 있었다. AI 도구 사용률이 게임 스튜디오는 30%, 퍼블리싱·지원팀·마케팅/PR 직군은 58%로 나왔다. 원문은 이렇게 적었다.

"Respondents at game studios reported using AI tools (30%) less than those at publishing companies, support teams, and marketing/PR firms (58%). Business professionals' usage (58%) far outweighs most other job disciplines."

뜻은 이렇다. 게임 스튜디오 응답자는 퍼블리싱·지원팀·마케팅/PR 응답자보다 AI 도구 사용률이 낮았다(30% 대 58%). 사업 직군의 사용률(58%)은 다른 대부분의 직군을 크게 앞선다.

GDC 「2026 State of the Game Industry」

찾아보니 인식은 반대 방향으로 벌어져 있었다. 같은 조사에서 부정 응답은 52%까지 올랐고, 전년 30%에서 뛴 숫자다. 긍정은 7%로 줄었다. 2025년엔 13%였다. 비주얼·테크 아티스트의 64%, 게임디자인·내러티브 직군의 63%, 프로그래머의 59%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반대로 임원의 19%, 사업운영·서비스 직군의 19%만 긍정적으로 답했다. 숫자로 보면 방향이 또렷하다. 도구는 파는 자리에서 더 자주 돌아가고, 싫다는 목소리는 만드는 자리에서 더 크게 나온다.

§ 04

오후, 같은 파일과 같은 복도.

오후 회의는 두 층이 같은 파일을 두고 만나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만 문서가 세 번 손을 바꿔 탔다. 빌드 노트를 외부용 문장으로 바꿔 적는 사람이 있었고, 그 문장을 다시 스토어 공지로 옮기는 사람이 있었다. 같은 회의실 옆자리에서는 CS 매크로 문안을 다듬고 있었는데, 그 문장의 원본도 개발실에서 넘어온 패치 설명이었다. 아트팀이 레퍼런스 이미지를 찾는 방식과, 마케팅팀이 광고 소재를 뽑는 방식도 그 자리에서 갈렸다. 재미있는 건 부르는 이름이었다. 개발실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보조"라고 불렀다. 사업층에서는 같은 프로그램을 "초안"이라고 불렀다. 같은 도구를 두고 이름이 갈렸다. 당신 팀에도 이런 회의실이 있을 것이다. 한쪽은 코드를 들고 오고, 한쪽은 카피를 들고 오는 자리.

회의가 끝나고 복도에서 개발실 프로그래머와 마케팅팀 담당자가 다시 마주쳤다. 프로그래머는 방금 고친 밸런스 패치 노트를 들고 있었고, 마케팅팀 담당자는 그 패치를 알릴 소셜 문구 초안을 들고 있었다. 짧은 대화였고,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둘 다 그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다만 서로 다른 자리에서 온 두 장의 문서가 복도 한가운데서 잠깐 겹쳤다.

§ 05

저녁, 두 층을 정리하며.

퇴근 무렵 다시 개발실을 지나쳤다. 화면은 아침과 비슷했다. 복도 창밖도 여전히 아침과 같은 흐린 날씨였다. 우리 데스크에서는 이 하루를 도구가 어디서 얼마나 도는지 세는 하루로 보냈다.

결론은 편들기가 아니다. 편집부가 보기엔 이 회사에서 AI 도구는 만드는 자리보다 파는 자리 책상 위에서 훨씬 더 자주 켜져 있다. 그리고 그 도구를 향한 불편함은 정확히 반대편, 만드는 자리에 몰려 있다. 이 격차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 사실은 다음 주에도, 다음 달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둘은 같은 회사 안에서 나란히 벌어지고 있는 하나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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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076 · 2026.08.20
명함에 새로 적힌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