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관리하지 않는 관리자 자리가 생겼다. 그 자리의 하루는 대시보드에서 시작해 대시보드에서 끝난다. 그 자리 이름을, 지금 누군가 정하고 있다.
지난 2월, Harvard Business Review에 실린 글 하나가 편집부 책상 위에 오래 남았다.
제목은 단순했다 — 기업이 AI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에이전트 매니저가 필요하다는 것. 그런데 그 글이 소개한 인물이 눈길을 끌었다. Salesforce의 Zach Stauber는 지원·영업·마케팅에 걸친 생성형 AI 에이전트 무리를 Agentforce 플랫폼 위에서 맡는다. 직함은 support agent manager. 사람을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에이전트 무리를 관리하는 자리다.
"Data, Data, Data. I start and end my day in dashboards, scorecards, and agent observability monitoring."
이번에 읽은 기사에서는 이 자리가 이미 채워져 있었다는 사실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직무기술서가 정식으로 나오기도 전에, 사람이 먼저 그 자리에 앉았다. 명함에 뭐라고 적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출근은 이미 하고 있는 사람.
편집부가 함께 찾아본 두 번째 자료는 숫자로 말한다. Cognizant와 Pearson이 Wakefield Research에 의뢰해, 2026년 3월 23일부터 4월 3일까지 미국·영국·인도의 디렉터급 이상 HR 전문가 750명에게 물었다. 답은 한쪽으로 뚜렷하게 쏠렸다.
이 조사를 이끈 Cognizant 최고인사책임자 Kathy Diaz는 이렇게 말했다. "AI is reshaping the talent landscape and exposing the limits of traditional talent and learning models." — AI가 인재 지형을 다시 그리며, 기존 인재·교육 모델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뜻이다. Pearson 최고인사책임자 Ali Bebo도 비슷한 곳을 가리켰다. "The future belongs to organizations that combine AI innovation with a deep understanding of how people learn." — AI 혁신과, 사람이 배우는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함께 갖춘 조직의 미래라는 말이다.
같은 조사에서 69%는 초기 경력자에게 폭넓은 학제적 배경이 더 중요해졌다고 답했고, 97%는 소프트 스킬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64%는 요구 역량이 너무 빨리 바뀌어 맞는 인재를 찾지 못한다고도 답했다 — 기준 자체가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두 사람도, 이 숫자들도 같은 곳을 가리킨다. 사라지는 자리가 아니라 다시 쓰이는 자리.
이 각도를 게임 만드는 현장에 옮겨 놓으면 낯설지 않다. 빌드 파이프라인에 도구를 대여섯 개 붙여 놓고도, 그걸 자기 담당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구간이 있다. QA 자동화가 매일 뱉어내는 리포트를 누가 확인할지 정해지지 않은 채, 어쩌다 한 사람에게 그 일이 눌러앉기도 한다. 신입에게 처음 준 업무가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나온 걸 매일 들여다보는 일'이 되는 순간도 있다. 그 순간에 붙을 이름이 아직 없어서, 다들 일단 그 사람을 '담당자'라고만 부른다.
당신 팀에도 이런 자리가 있을 것이다 — 조직도엔 없는데, 실제로는 매일 누군가 앉아 있는 자리.
편집부는 이걸 자리가 없어지는 이야기로 읽지 않는다. 자리의 내용이 다시 쓰이고 있는데, 그 새 이름이 아직 어디에도 확정돼 있지 않다는 이야기로 읽는다.
우리 데스크에서는 이 자리를 만드는 실제 절차를 한 번 상상해봤다. 인사팀과 리드가 마주 앉아 직무기술서를 다시 쓰는 오후. 그 자리에 '무엇을 만드는 사람' 대신 '무엇을 매일 확인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이 들어간다면, 그건 강등일까 승격일까.
명함에 새로 적힐 그 한 줄을, 당신 회사는 이미 누군가에게 붙였는가. 아니면 아직 아무도 붙이지 못한 채, 그 일만 혼자 떠돌고 있는가.
— Desk γ같은 사무실, 다른 화면. 보안팀과 나머지 팀 사이의 시선 격차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