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TF Magazine Issue 072 · Essay 2026 · August · 13
현장 르포 · 이미 쓰는 사람들의 교실

가르치러 온
사람.

조직의 55.1%는 이미 매일 또는 매주 AI를 쓴다. 최근 6개월 안에 회사가 준 교육을 받은 사람은 33.3%뿐이다.

빈 교육장. 접이식 테이블이 줄지어 놓여 있고 각 자리엔 명찰과 노트북이 놓여 있다. 앞쪽 대형 스크린엔 슬라이드 첫 장이 이미 떠 있다.
자리는 아직 비어 있고, 스크린엔 벌써 첫 장이 떠 있다. Cover · Issue 072
§ 01

예약 화면에 남은 좌석.

이번에 읽은 보고서에서는 숫자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조직 구성원의 55.1%가 생성형 AI나 AI 에이전트를 매일 또는 매주 쓴다. 그런데 최근 6개월 안에 회사가 준 AI 교육을 받은 사람은 33.3%뿐이다.

The Conference Board가 기업 리더 35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전 세계 근로자 약 1,300명에게 설문해 나온 결과다. 쓰는 일이 배우는 일보다 먼저 도착했다는 뜻이다.

오늘 담당자는 예약 화면부터 열었다. 남은 좌석 몇 개, 신청 명단에 오른 이름 몇 개. 화면은 작고 조용했지만, 그 뒤에 걸린 순서는 이미 뒤집혀 있었다.

§ 02

슬라이드 첫 장.

오늘 강의자는 노트북 앞에 앉아 첫 장을 골랐다. 방에는 아트와 프로그래밍과 기획이 한 줄에 나란히 앉는다. 평소엔 서로 다른 층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다.

같은 슬라이드를 보고도 묻는 게 다르다. 아트 쪽 자리에서는 레퍼런스 이미지로 학습된 그림을 그대로 써도 되는지를 물었다. 프로그래밍 자리에서는 API 키를 개인 계정으로 발급받아도 되는지를 물었다. 기획 자리에서는 밸런스 데이터를 외부 서비스에 올려도 되는지를 물었다. 같은 방, 다른 걱정이다.

The Conference Board Principal Researcher, Human Capital인 Matt Rosenbaum은 이 자리가 가진 한계를 먼저 짚었다.

"Many organizations have made progress introducing employees to AI, but AI literacy alone will not create business value. The organizations that benefit most from AI will be those that help employees apply AI effectively in their work, continuously develop new capabilities, and adapt as technology and business needs evolve."

AI를 직원에게 소개하는 데는 많은 조직이 진전을 이뤘지만, AI를 다룰 줄 아는 것만으로는 사업 가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AI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조직은, 직원이 실제 업무에 AI를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새 역량을 계속 길러 나가며 기술과 사업의 변화에 맞춰 적응하도록 돕는 조직일 거라는 뜻이다.

— Matt Rosenbaum, The Conference Board Principal Researcher, Human Capital

리터러시는 첫 장에서 끝나는 과목이 아니다. 강의자도 그걸 알아서, 다음 장에 넘어가기 전 한 박자를 더 쉰다.

§ 03

명단에 오른 이름.

입문 세션 명단을 보면 낯익은 이름이 있다. 사내 자동화 스크립트를 벌써 여럿 돌리고 있는 프로그래머, 매일 프롬프트로 기획 초안을 뽑는 기획자. 이미 쓰는 사람이 입문 반에 앉아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사내 위키에 올라간 도구 가이드를 다시 열어 본 사람은 첫 화면부터 막혔다. 캡처된 버튼 위치가 지금 화면과 다르고, 안내된 메뉴 이름도 바뀌어 있었다. 명단은 실력을 재는 표가 아니라, 달라진 화면을 다시 보러 온 사람들의 표에 가깝다.

가르치는 사람도 이번 회차 슬라이드에 몇 장을 새로 끼워 넣었다. 지난 회차에는 없던 화면이다. 자기도 배우면서 가르쳐야 하는 구조다.

§ 04

질문이 몰리는 지점.

질문 시간이 되면 손이 올라온다. 그런데 나오는 물음은 버튼을 어디서 누르냐가 아니다. "이걸 써도 되는가", "결과가 틀리면 어디까지 내 책임인가" — 물음이 사용법에서 허용 여부로 옮겨가 있다.

§ 05

뒷줄이 비는 오후.

오후 세션은 마일스톤 주간과 겹쳤다. 오전에 찼던 자리 여러 개가 비어 있다. 정리되지 않은 접이식 의자 몇 개가 통로 쪽으로 비스듬히 밀려나 있다. 스크린에는 여전히 다음 슬라이드가 넘어가고 있다.

이 방에 앉기 전의 조건도 숫자로 남아 있다. AI 역량 개발에 쓸 시간이 충분하다고 답한 근로자는 48.0%, 도구·접근권·자원이 충분하다고 답한 근로자는 47.6%다. AI 교육을 아예 제공하지 않는 조직도 28.3%나 됐다.

"Employees are far more optimistic about AI when they believe their organization will help them adapt as technology evolves."

회사가 변화하는 기술에 맞춰 자신을 도와줄 거라고 믿을 때, 직원은 AI를 훨씬 더 낙관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 Marion Devine, The Conference Board Principal Researcher, Human Capital, Europe

뒷줄이 빈 이유는 태만이 아니다. 마일스톤이 이겼을 뿐이다.

§ 06

커리큘럼을 고쳐 쓰는 손.

하루 끝, 강의자는 다음 회차 커리큘럼 파일을 연다. 오늘 나온 질문 중 몇 개는 슬라이드 어디에도 없던 항목이다. 사용법 대신 책임과 허용 범위를 다루는 줄이 하나씩 늘어난다.

우리 데스크에서는 이 장면을 이렇게 읽는다. 이미 쓰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무엇을 가르칠지 정하는 일이,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의 몫으로 내려왔다. 교육을 늘리라는 말도, 교육은 소용없다는 말도 이 방에서는 둘 다 틀렸다.

당신 팀에도 이 좌석표가 있을 것이다. 채워진 자리 수보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이미 무엇을 쓰고 있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 07

새로 낀 한 칸.

신입 온보딩 커리큘럼에도 자리 하나가 새로 끼었다. 예전엔 사내 툴 사용법과 코드 컨벤션만 있던 순서 사이에, 이제 AI 도구 교육 한 칸이 들어간다. 입사 첫 주 일정표에 이 교실이 이미 박혀 있다.

The Conference Board US Human Capital Center Leader인 Diana Scott은 이 한 칸이 놓인 위치를 짚었다.

"The organizations that navigate AI successfully will be the ones that treat workforce transformation as a leadership priority."

AI를 성공적으로 다루는 조직은, 인력 전환을 리더십의 우선순위로 다루는 곳이 될 거라는 뜻이다.

— Diana Scott, The Conference Board US Human Capital Center Leader

온보딩 표에 칸 하나를 넣는 결정은 누군가의 책상 위에서 내려진다. 그 칸이 며칠째 순서에 앉는지, 누구 옆에 배치되는지가 이후의 습관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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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적는 사람

기계 출력을 채점할 "맞는 답"을 사람이 문서로 적어 두게 된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