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TF Magazine Issue 070 · Column 2026 · August · 11
성적표 · 전달 경로

고객이 매긴
점수.

고객의 78%는 AI가 만든 향상을 '필수'라고 답했다. 그 향상을 일관되게 받고 있다고 답한 고객은 6%였다.

문 닫은 식당 홀 쪽에서 바라본 주방 패스창. 스테인리스 패스 선반에 뚜껑을 덮은 완성 접시 넷이 놓여 있고, 그중 하나만 뚜껑 없이 살짝 앞으로 밀려나와 있다. 앞쪽엔 빈 의자 둘과 린넨 테이블보 모서리가 보이고, 옆벽엔 백지 코멘트 카드가 꽂힌 홀더가 걸려 있다. 사람은 없다.
접시 넷은 뚜껑을 덮었고, 하나는 아직 손이 안 갔다. Cover · Issue 070
§ 01

나란히 앉은 두 숫자.

이번에 읽은 보고서 하나에 숫자 두 개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Thomson Reuters가 지난 6월 발행한 「Future of Professionals 2026」이다. 62개국 법무·세무·감사·회계·컴플라이언스 전문가 1,800명 넘게 물었다.

고객의 78%는 AI가 만들어내는 품질 향상을 '필수'라고 답했다. 그런데 그 향상을 일관되게 받고 있다고 답한 고객은 6%였다. 한 조사가 나란히 실어 놓은 두 숫자다.

도구의 성능이 문제라면 이 간극은 설명이 안 된다. 필수라고 느끼는 쪽과 실제로 받는 쪽 사이에 뭔가 다른 게 끼어 있다는 뜻이다. 이 호는 그 사이를 본다. 품질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사람이 지쳤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눈에 걸린 건 두 숫자가 매겨진 위치다. 78%도 6%도 만드는 쪽이 스스로 적어 넣은 점수가 아니다. 서비스를 받는 고객 쪽 응답으로 보고서에 올라간 숫자다. 만드는 쪽은 자기 성적을 나중에, 남이 정리한 표에서 전해 듣는다.

§ 02

이미 쓰고 있다.

도입이 늦어서 벌어진 간극은 아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전문가의 74%가 주 수 회 AI 도구를 쓴다고 답했고, 44%는 하루에도 여러 번 쓴다고 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매일, 여러 번 쓰는 도구를 두고 이 간극이 생겼다.

조직 차원의 사용률도 뛰었다. 2025년 22%에서 2026년 40%로, 1년 사이 거의 두 배 늘었다. 다만 그 사용이 실제로 얼마나 성과로 이어지는지 추적하는 조직은 18%뿐이다. 쓰기는 늘었는데, 잰 값을 가진 쪽은 다섯 곳 중 한 곳 정도다.

재보지 않으면 향상이 도착했는지는 느낌으로만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느낌은 만드는 쪽과 받는 쪽에서 다르게 잡힌다.

그래서 질문이 좁아진다. 도구가 잘 만들어졌는가가 아니라, 그 결과물이 어떤 경로로 고객에게 도착하는가. 그 경로 어딘가에서 성적표를 누가 쥐고 있는가.

§ 03

숫자로 잰 간극.

같은 보고서는 그 간극의 크기도 재봤다. 전문가의 91%가 AI가 준다는 가치에 좌절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33%는 회사가 승인하지 않은 AI 도구를 써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같은 보고서는 전문가 한 명을 대체하는 비용을 232,000달러로 추산한다. 좌절이 실제로 이직까지 이어지는지는 이 보고서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확인된 건 그 자리를 다시 채우는 값이 이렇게 적혀 있다는 사실뿐이다.

"AI is a powerful force multiplier, but the judgment, relationships and accountability remain human, and that won't change."

AI는 힘을 키워주는 도구이지만, 판단과 관계와 책임은 여전히 사람의 것이고 그건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다.

— Steve Hasker, Thomson Reuters 회장 겸 CEO · Future of Professionals 2026 발표문

회장이 이렇게 말한다는 건 판단과 책임의 자리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판단과 책임이 실제로 어디서 확인되는지는 다른 질문이다. 91%의 좌절과 6%의 도착 — 편집부는 이 둘이 같은 구멍을 가리킨다고 본다. 만드는 손과 받는 손 사이, 확인이 새는 자리다.

§ 04

발주처가 보는 같은 표.

Thomson Reuters가 따로 낸 「2026 AI in Professional Services Report」는 이번엔 발주하는 쪽, 즉 고객 기업의 법무·세무 부서에 물었다. 27개국 1,500명 넘게 응답했다.

기업 법무·세무 부서의 50% 이상이 외부 로펌·회계법인이 자기 사건에 AI를 써주길 원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 로펌들이 AI를 쓰는지 안다고 답한 고객은 33% 미만이었다. 원하는 쪽과 아는 쪽의 크기가 서로 다르다.

로펌·회계법인 응답자의 40%는 고객마다 상반된 지시를 받는다고 답했다. 어떤 고객은 AI 사용을 요구하고, 어떤 고객은 금지한다. 같은 서비스를 파는 회사가 고객마다 다른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Firms are reluctant — they claim it would compromise quality and fidelity. I think they are threatened by it."

로펌들이 꺼린다 — 품질과 충실도가 떨어질 거라 주장하지만, 사실은 위협을 느끼는 거라고 본다는 뜻이다.

— 미국의 한 기업 최고법무책임자(Chief Legal Officer), 「2026 AI in Professional Services Report」인용

이 말이 맞는지는 편집부가 확인할 수 없고, 왜 밝히지 않는지도 조사에 적혀 있지 않다. 편집부가 보기에 이건 도구를 잘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성적표를 누가 쥐느냐의 문제다.

상반된 지시를 받는다는 40%도 같은 구조 위에 있다. 규칙을 정하는 손이 고객마다 흩어지면, 그 규칙을 지키는 손도 그만큼 흩어진다.

§ 05

묻기 시작한 쪽.

받는 쪽이 이제 먼저 묻는다. 미국 조달청(GSA)이 지난 3월 공개한 「Basic Safeguarding of Artificial Intelligence Systems」 초안은 계약 수행에 쓴 모든 AI 시스템을 낙찰 후 30일 안에 고지하도록 하고, 그 의무를 하도급사까지 내려보낸다. 성적표를 쥔 쪽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 하나로만 읽어도 된다.

§ 06

우리 쪽 패스창.

이 이야기는 법무·회계 업계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쪽에도 패스창은 있다.

퍼블리셔가 다음 마일스톤에 기대한 완성도와 실제로 넘겨받은 빌드 사이에 거리가 생겼을 때, 그 거리를 문서로 먼저 적는 손은 우리 쪽이 아니다. 피드백 시트가 돌아오고 나서야 우리는 그 거리의 크기를 안다.

외주 아트나 로컬라이제이션 산출물을 받는 자리도 마찬가지다. 납품 파일을 열어 두고, 예전 기준으로 짠 체크리스트의 어느 줄을 고쳐야 하는지 되짚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 있다. 당신 팀에도 이런 자리가 있을 것이다 — 넘겨받은 결과물 앞에서, 예전 체크리스트로는 뭘 봐야 할지 애매해지는 순간.

발주서 한 장에 'AI를 써도 되나요'와 'AI를 쓰셨나요'가 같이 적혀 오는 경우도 있다. 허가를 구하는 질문과 사실을 확인하는 질문이 한 문서에 나란히 앉아 있다는 건, 발주하는 쪽도 아직 그 둘을 하나로 정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사내에서도 다르지 않다. 기획팀이 넘긴 밸런싱 시트를 AI가 어디까지 다듬었는지, 받아 쓰는 팀은 물어보기 전엔 알 수 없다.

라이브 운영에서도 갈린다. 보고서는 팀 안에서 쓰고, 체감은 팀 밖에서 매겨진다. 첫머리의 78%와 6%가 이 자리에도 그대로 걸린다.

§ 07

그래서, 성적표는.

편집부는 이 간극을 도구 탓으로 보지 않는다. 74%가 주 수 회 쓰는 도구가 91%를 좌절시켰다면, 도구 자체보다 그 결과가 지나가는 경로 쪽을 먼저 봐야 한다고 본다.

성적표를 쥔 손이 만드는 쪽에서 받는 쪽으로 넘어가는 중이라는 것 — 이번 호에서 편집부가 확인한 건 이 방향뿐이다.

이번 호에서 본 거리는 우리 책상과 그 결과물을 받는 고객 책상 사이에 있다. 확인하는 손을 어디에 앉히느냐는 질문으로 좁혀진다.

그 손이 완전히 넘어간 뒤에, 당신 책상 위 체크리스트는 어떤 항목부터 바뀌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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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069
목록에 오른 도구

쓸 수 있는 도구를 정하는 회의실과, 그 목록을 매일 여는 데스크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