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TF Magazine Issue 064  ·  Discussion 2026 · August · 03
Issue 064

말하지
않고 쓴다.

회사 규칙은 이미 대부분 있다. 문제는 규칙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 규칙을 쓴 사람이 규칙을 따르라는 사람보다 두 배 더 자주 어긴다는 것이고, 양쪽 다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간 오피스 빌딩 외벽, 격자로 늘어선 창 대부분이 어둡고 일부만 차가운 화면 빛으로 밝은 풍경
대부분의 창은 어둡고, 몇 개만 켜져 있다. 어느 층에서 무엇이 돌아가고 있는지는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Cover · Issue 064
§ 01

규정 밖 사용은,
이미 다수다.

지난 호에서 짚었던 숫자 하나가 있다. 게임업계 종사자 78%가 "회사에 AI 정책이 있다"고 답한 숫자다. 이번에 찾아 읽은 조사는 그 다음 질문을 던진다. 정책이 있다는 것과, 그 정책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같은가.

컨셉 시안을 개인 계정으로 세 번 돌리고, 팀 채널엔 세 번째 결과물만 올려본 적 있는가. 과정은 지워지고 결과만 남는다. 이런 장면이 유독 튀는 사례가 아니라는 게 이번에 찾아 읽은 조사의 출발점이다.

PagerDuty가 여론조사기관 Wakefield Research에 의뢰해 2026년 6월 11일 발표한 조사에서, 사무직 응답자의 66%가 "회사 정책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믿으면서도" 업무에 AI 도구를 썼다고 답했다. 표본은 연매출 5억 달러 이상 기업의 비IT 직군 1,250명 — 미국 500명, 영국 250명, 호주 250명, 일본 250명이다. 나라도 다르고 직군도 다른데, 답은 비슷하게 모였다.

이 숫자를 다시 읽는다. 66%는 몰라서 어긴 비율이 아니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썼다는 뜻이다. 정책 문서는 서랍 속에 그대로 있고, 실제 업무는 그 문서 밖에서 돌아간다.

이 조사가 특정 회사의 특이한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눈에 걸린다. 대기업 비IT 직군 전반에서 나온 평균값이다. 게임을 만드는 우리가 이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이 질문이 사소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다. 정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가 안전하다고 믿는 순간, 실제 위험은 그 믿음 뒤 더 안 보이는 곳으로 옮겨간다.

§ 02

무엇을
넣었는가.

같은 조사에서 88%는 업무 정보를 공개 AI 도구에 넣어봤다고 답했다. 이메일과 서신이 43%, 회의록이 40%, 고객 데이터가 34%, 재무·기밀 문서가 31%다. 넷 다 사규 어딘가에 "외부 유출 금지"로 박혀 있을 법한 것들이다.

게임 개발 현장의 말로 옮기면 이렇다. 기획서 초안, 빌드 로그, QA 리포트, 미공개 아트, 라이브 매출 시트. 기획서 초안을 붙여넣기 전에 손이 잠깐 멈추는 순간을 대부분 안다. 다음 손가락이 어디로 가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빌드 로그 한 줄, 라이브 데이터 캡처 한 장이 어느 대화창으로 넘어갔는지 팀 안에서 서로 물어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은 없다. 물어보는 것 자체가 어색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회의록 40%라는 숫자는 이런 장면의 총합일 가능성이 크다. 스프린트 회의를 정리해 요약본만 채널에 올리고, 원본 녹음이나 원본 텍스트를 어디에 넣어 요약했는지는 따로 말하지 않는 경우다. 요약이 나쁜 게 아니다. 어떻게 나온 요약인지를 말하지 않는 습관이 쌓이는 게 문제다.

"직원의 30% 이상이 기밀 회사 데이터를 공개 모델에 넣고 있다면, '섀도우 AI'는 곧 기업 전체의 거대한 부채가 된다."

Tim Armandpour · PagerDuty CTO

그가 말한 30%는 이 조사에서 재무·기밀 문서를 넣었다고 답한 31%와 거의 겹친다. 예외적인 사고를 말한 게 아니라, 이미 셋 중 하나꼴로 벌어지는 일을 말한 것이다. 게임 회사라면 이 부채는 미공개 빌드나 정산 데이터가 어느 학습 데이터로 흘러들어갔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로 나타날 수 있다.

§ 03

위가, 더
많이 어긴다.

TrustedTech Team이 2026년 3월 19일부터 24일까지 영국·미국 2,001명을 조사한 결과, 규정 밖 도구 사용은 일반 직원 31%인데 고위 의사결정자는 65%, C레벨만 떼어보면 73%다. 신입급은 36%. 전체 평균은 48% — 자리가 올라갈수록 어긴 손이 는다.

§ 04

숨기는 손,
줄이는 손.

PagerDuty 조사 응답자의 81%는 "경영진은 우리와 다른 AI 규칙 아래 움직인다"고 봤다. 그렇다면 임원들은 왜 승인된 도구를 두고 우회하는가. 이유 1위는 "조직이 내 AI 사용 빈도를 알면 경력에 영향이 갈까 봐"(24%), 2위는 "AI를 많이 쓰면 내 능력이 의심받을까 봐"(23%)였다. 둘 다 결국 같은 두려움이다 — 들키는 게 무섭다는 두려움.

들킬까 봐 숨기는 쪽이 있으면, 무능해 보일까 봐 줄이는 쪽도 있다. 직원의 24%는 동료나 경영진의 시선을 의식해 AI 사용을 일부러 줄인다고 답했다. 코드 보조를 썼다는 걸 리뷰 코멘트에 적을지 말지 잠깐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이 숫자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위는 들켜서 잃을 게 두렵고, 아래는 부족해 보여서 두렵다. 방향은 반대인데 뿌리는 같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온도는 다르게 느껴진다. 의사결정자의 51%는 "우리 회사는 AI 사용을 칭찬한다"고 답했는데, 주니어는 25%만 그렇게 느꼈다. 절반과 사분의 일 — 같은 지붕 아래서 서로 다른 회사가 돌아가는 셈이다. "위에서는 다 쓰면서 우리한테만 쓰지 말라 한다"는 그 감각은, 어쩌면 감각이 아니라 정확한 관찰이었을 수 있다.

게임 팀 안에서도 비슷한 그림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시니어는 자기 판단으로 AI 산출물을 그대로 승인하고, 주니어는 같은 산출물을 올리기 전에 몇 번을 더 검토하고 다듬는다. 권한이 커질수록 자기 재량의 폭도 함께 넓어지는 셈이다. 그 재량이 잘못 쓰였을 때 누가 먼저 책임을 지는지는, 정작 어디에도 정해진 적이 없다.

§ 05

그래서,
당신 팀에도.

우리 데스크에서는 이 간극을 조금 다르게 본다. 66%, 48%라는 숫자 자체가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문제는 그 규정을 실제로 누가 쓰고 있느냐는 쪽이다. 규칙을 정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 규칙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벗어난다면, 사규는 문서로만 존재하고 진짜 규칙은 매일 다른 곳에서 다시 쓰이는 셈이다.

당신 팀에도 이런 순간이 있을 것이다. 팀장은 회의 요약을 통째로 돌리면서 팀원에게는 "AI 쓴 티 내지 말라"고 말하는 순간, 혹은 정반대의 순간. 편집부는 이 문제를 개인의 도덕 문제로 두지 않는다. 정책과 행동이 이만큼 어긋나 있다면, 고쳐야 할 건 사람의 습관이 아니라 정책을 쓰는 절차 그 자체다.

정책을 다시 쓴다고 이 간극이 바로 좁혀지진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위도 아래도 말을 안 하는 상태보다는 낫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두면 다음 조사에서도 비슷한 숫자가 나올 것이고, 서로에 대한 오해도 그만큼 오래 묵을 것이다.

이 관찰이 조직문화 전체를 당장 바꾸진 못할 것이다. 다만 다음에 누군가 "왜 다들 이 얘기는 안 하지"라고 물을 때, 오늘 나온 숫자 몇 개를 기억해주면 좋겠다.

당신 팀의 AI 규칙은 누가 썼고, 그 사람은 자기가 쓴 규칙대로 살고 있는가?

토론의 씨앗

점심 자리에서
한 번쯤.

Q1

당신이 마지막으로 AI 도구를 쓰고도 말하지 않은 순간은 언제였나? 그때 말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나?

Q2

우리 팀의 AI 사용 규칙은 실제로 누가 정했는가? 그 사람의 실제 행동과 그 규칙은 얼마나 같은가?

Previously — 지난 호
Issue 063 · 2026.07.31
쓰는 사람이 줄었다
지난 호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