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조종석에서 한 자리가 비었다.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다. 그가 하던 일은 사라진 게 아니라, 계기판 안으로 스며들고 모두의 손끝으로 흩어졌다. 자리가 없어진 자리에서, 그 일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어디로 갔을까.
한때 조종석에는 다섯이 앉았다. 어느 날 그 수가 둘로 줄었다. 줄어든 세 자리 중 하나는, 늘 지도와 계기를 읽던 사람의 것이었다.
그는 항로를 셈하고, 별과 바늘을 보며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계속 가늠하던 사람이었다. 비행이 길어질수록 그의 머릿속 계산은 촘촘해졌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그 자리가 비기 시작했다. 회사가 그를 내쫓은 게 아니다. 그가 하던 일 자체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간 것이다.
그가 읽던 지도는 계기판 안으로 들어갔다. 셈은 기계가 대신 돌렸다. 그리고 남은 두 사람의 손끝에, 예전에 그가 혼자 지던 몫이 조금씩 나뉘어 얹혔다. 자리는 없어졌는데, 그 일은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게 이번 호의 출발점이다.
역사를 조금 멀리서 보면, 통째로 사라진 직업이 꽤 많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묘한 공통점이 있다. 직업은 사라졌어도, 그 직업이 하던 기능은 죽지 않았다. 다만 두 갈래로 흩어졌다. 하나는 시스템 안으로 스며들었고, 하나는 모두의 손끝으로 나뉘었다.
한때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면, 먼저 사람을 거쳐야 했다. 그 사람이 선을 꽂아 두 사람을 이어 줬다. 그 직업은 거의 통째로 사라졌다. 그런데 "연결"이라는 기능은 사라지기는커녕 폭발했다. 이제는 누구나 손안에서 직접 누구와도 이어진다. 사람의 자리는 없어지고, 그 기능은 모두에게 보편화됐다.
예전에는 "계산하는 사람"이 직업명이었다. 복잡한 수치를 하루 종일 손으로 풀던 자리였다. 그 자리는 기계로 넘어갔다. 그런데 그 사람들 중 일부는 사라진 게 아니라, 그 기계를 다루는 새 자리로 옮겨 갔다. 기능은 소멸이 아니라 이동이었다.
도시마다, 밤이 오면 등을 하나하나 켜러 다니던 사람이 있었다. 그 일은 시스템 안으로 통째 들어갔다. 이제 불은 정해진 시각에 알아서 켜지고 꺼진다. 사람이 하던 일이 보이지 않는 장치 속으로 내장된 것이다. 누구도 그 일을 "한다"고 느끼지 않지만, 그 일은 매일 밤 빠짐없이 일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내 일이 사라질까"라고. 그런데 더 정확한 질문은 따로 있다. "내 일의 어느 조각이, 어디로 옮겨 가는가."
여기까지만 보면 마음이 놓인다. 기능은 어디로도 안 사라지니까. 그런데 한 겹 더 들어가면 긴장이 생긴다. 기능이 흩어졌다고 해서, 숙련까지 평등하게 흩어진 건 아니다.
흩어진 건 대부분 반복되는 부분이었다. 누가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일. 그런 일은 모두의 손끝으로 잘 나뉜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 — 애매할 때 무엇을 택할지 정하는 판단 — 은 흩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장치 속이나, 그걸 다룰 줄 아는 소수에게 더 진하게 뭉친다.
| 무엇이 | 흩어지는 쪽 | 뭉치는 쪽 |
|---|---|---|
| 성격 | 누가 해도 같은 반복 작업 | 애매할 때의 판단 |
| 가는 곳 | 모두의 손끝 / 시스템 내부 | 소수의 사람 / 보이지 않는 장치 |
| 눈에 | 잘 보인다, 쉬워 보인다 | 잘 안 보인다 |
| 결과 | 접근이 평등해진다 | 밀도의 격차가 생긴다 |
그래서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게 된 건 맞다. 그러나 그 일의 가장 깊은 곳은, 오히려 더 적은 사람에게 모인다. 평등해 보이는 풍경 아래에서, 조용히 새 격차가 자란다.
이 각도를 잠시 받아들이면, 몇 가지가 따라온다.
이 이야기는 멀리 있는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일터 안에서도 같은 일이 조용히 벌어지고 있다.
공통점이 보인다. 기능은 강해졌는데, 자리는 줄었다. 그리고 줄어든 자리 뒤에는, 흩어지지 않은 판단 한 조각이 늘 남아 있다. 그 조각을 알아보고 키우는 사람과, 흩어지는 조각만 붙잡고 있는 사람의 거리가 점점 벌어진다.
이번 호의 결론은 당신에게 미룬다. 답은 정해두지 않았다. 점심 자리에서 한 번쯤 꺼내보길 바라는 질문들이다.
누가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반복 조각은 무엇인가? 그 조각만 붙잡고 있다면, 내 자리는 앞으로 두꺼워질까 얇아질까?
애매할 때 내가 내리는 판단 중, 기계도 옆 사람도 쉽게 대신 못 하는 건 무엇인가? 나는 그걸 의식하며 키우고 있는가?
우리 팀에서 "그냥 누르면 되는" 일이 된 것들 중, 사실은 중요한 판단이 누군가에게 조용히 몰려 있는 건 없는가?
이번 호는 손실을 한탄하는 글도, 생존을 안도하는 글도 아니다. 통째로 사라진 옛 직업들을 거울 삼아, 지금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비춰 보려 했다. 지도를 읽던 사람의 자리는 없어졌지만, 그 일은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았다 — 이 한 문장이 출발이었다.
쓰면서 가장 조심한 건 낙관이었다. "기능은 안 사라지니 괜찮다"로 끝내면 절반만 본 것이다. 흩어지는 조각과 뭉치는 조각은 성격이 다르고, 그 차이가 조용히 새 격차를 만든다. 그래서 결론 대신 질문을 남긴다. 지금 내가 맡은 일 중, 기능은 남되 자리는 없어질 조각은 어디이고, 그중 끝까지 사람에게 응축될 가장 어려운 한 조각은 무엇인가.
반론과 보완은 언제나 환영한다. 매거진의 한 호는, 늘 다른 누군가의 메모로 또 이어진다.
— Desk γ정량 지표와 현장 감각이 갈리는 자리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