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실 문마다 다른 규칙이 붙어 있다. 같은 직무를 두고 어떤 회사는 초대받지 않았으면 금지라 하고, 어떤 회사는 안 쓰면 탈락이라 한다. 그 상반된 문장을 실제로 쓰는 사람은, 이제 면접관 자신이다.
아침 첫 면접 전, 면접관 자리에 앉아 그날의 평가지를 다시 읽는다. 항목 하나가 새로 눈에 걸린다. AI 도구 사용 — 허용, 금지, 조건부. 셋 중 하나를 골라 표시해야 한다.
작년까지는 이 항목이 없었다. 부정 탐지 얘기가 나온 적은 있지만, 그건 감시 카메라와 표절 검사 프로그램의 몫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오늘 이 면접실에서 무엇을 허용할지 정하는 사람은 감시 시스템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 앉은 면접관 자신이다.
우리 데스크에서는 이번 주 취재하며 이 항목이 회사마다 정반대로 채워진다는 걸 알게 됐다. 같은 직무, 같은 문제. 체크박스만 다르다.
기술 실기 심사대는 원래 절차가 가장 촘촘한 자리였다. 문제 은행, 채점 기준, 시간 배분까지 미리 정해두고 그 틀 안에서만 사람을 본다. 그런데 지금은 그 틀 자체를 면접관이 그날 아침에 다시 정한다. 절차가 사람을 지켜주던 자리에서, 사람이 절차를 매번 새로 써야 하는 자리로 바뀐 셈이다.
복도에는 문이 다섯 개다. 어제 면접관이 앉았던 방과 오늘 내가 앉을 방의 규칙이 다를 수도 있다는 걸, 복도를 걸으며 처음으로 실감한다.
화면 공유를 켜고 지원자에게 첫 화면을 보여준다. 여기서부터 회사마다 완전히 다른 길이 열린다.
Canva는 엔지니어링 블로그 「Yes, You Can Use AI in Our Interviews. In fact, we insist」(2025-06-11)에서 기존 'Computer Science Fundamentals' 면접 단계를 통째로 'AI-Assisted Coding'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허용이 아니라 요구다. 글을 쓴 Simon Newton은 프론트엔드·백엔드 엔지니어 거의 50%가 AI 코딩 도구를 매일 쓴다는 자체 조사와, AI가 전통적인 면접 문제를 몇 초 만에 정확히 풀어냈다는 실험 결과를 근거로 든다. 새로 낸 문제는 콘웨이의 생명 게임이 아니라 "바쁜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라"다.
반대쪽 책상도 있다. Cisco의 글로벌 인재확보 담당 부사장 Scott McGuckin은 정반대로 못박는다. "If a candidate is not explicitly invited to use AI during the assessment process, then it should be considered off-limits."
지원자가 AI를 쓰라고 명시적으로 초대받지 않았다면, 그건 금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Google과 Cisco, McKinsey는 대면 면접 라운드를 다시 살렸고, Gartner 조사에서는 채용 리더 72.4%가 부정 대응으로 대면 면접을 실시한다고 답했다. 화면 너머로 보던 걸 다시 같은 방에 앉아 눈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Canva 쪽 논리대로면 시간을 되돌리는 결정이고, Cisco 쪽 논리대로면 가장 정직한 결정이다.
같은 직무, 같은 시기. 한쪽은 AI를 쓰라고 요구하고, 한쪽은 초대장 없이 쓰면 탈락이라 한다. 그 문장을 쓰는 손이 면접관 자신의 손이라는 것 — 이번 취재에서 가장 눈에 걸린 지점이었다.
지원자가 노트북 화면에서 도구를 여는 걸 지켜보는 몇 분이 있다. 클라이언트·서버 실기 과제를 낼 때, 우리 팀 면접관들 사이에서도 이 몇 분을 어떻게 볼지가 자꾸 갈린다. AI 자동완성을 켜둔 채로 과제를 풀게 할지, 끄고 풀게 할지를 사람마다 다르게 정한다. 같은 지원자가 어느 면접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잣대로 평가받는 순간이 실제로 생긴다.
서버 로직 과제라면 자동완성을 끄자는 말이 먼저 나온다. 데이터 구조를 손으로 세우는 과정 자체를 보겠다는 것이다. UI 를 붙이는 과제에서는 반대로, 실제 업무가 그런 모양이니 켜두고 보자는 말이 나온다. 어느 쪽도 규정집에서 나온 문장이 아니다. 그날 그 방에서 두 사람이 합의한 문장이다.
아트 포트폴리오 심사에서는 결이 조금 다르다. 손으로 그린 흔적과 생성 이미지가 한 포트폴리오 안에 섞여 있을 때, 심사관이 물어야 하는 건 "이거 AI로 그렸어요?"가 아니다.
Karat의 「Engineering Interview Trends 2026」 조사(미국·인도·중국 엔지니어링 리더 400명)에서 응답자 71%는 AI 때문에 기술 역량을 평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결과물만 보고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질문은 결과물에서 과정으로 옮겨간다 — 이 색을 왜 골랐는지, 이 구도를 어디서 가져왔는지를 캐묻는 쪽으로. 면접관이 그림을 더 잘 봐야 하는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린 사람의 판단을 더 잘 들어야 하는 자리가 된 것이다.
같은 날 다른 회사의 채용 공지를 보게 되는 순간도 있다. Karat 조사에서 AI 사용 허용 비율은 미국 38%, 중국 68%로 갈렸고, 재택 과제 비중은 미국 45%, 중국 20%로 정반대였다. 국경 하나를 건너면 같은 직무의 관문이 뒤집힌다.
하루 끝, 기준표를 손으로 고쳐 쓴다. 기획서 과제에서는 초안을 AI로 뽑아오는 걸 허용하고, 대신 "왜 이 안을 골랐나"를 캐묻는 방식으로 항목 하나를 바꿔 적었다. 결과물이 아니라 선택의 이유를 보는 쪽으로 기준을 옮긴 것이다.
Karat 조사에서는 응답자 62%가 아직도 기술 면접에서 AI 사용을 금지한다고 답했다. 금지가 여전히 다수라는 뜻이지만, 그 62%도 각자 다른 이유로 금지를 택했을 것이다.
Canva 처럼 도구 사용을 요구하는 쪽으로 문항을 바꾸면 평가지에 새 줄이 생긴다. 도구를 쓸 줄 아는지, 그리고 도구가 내놓은 답을 의심할 줄 아는지. 경력 채용 평가지에 그 줄을 처음 적어 넣은 면접관은 배점까지 직접 정해야 한다. 위에서 내려온 배점표가 없으니까.
당신 팀에도 이런 체크박스가 하나 생길 것이다. 그 칸을 채우는 사람이 회사 정책이 아니라 그날 면접관 개인이 되는 순간도 같이 온다. 예전에 이런 판단은 채용 프로세스 문서가 대신 해줬다. 문서가 정해주지 못하는 항목이 하나 늘어나면, 그 항목은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의 책상으로 내려온다.
편집부는 이걸 부정 탐지의 실패로 보지 않는다. 심사 기준을 쓰는 권한이, 아무도 준비되지 않은 채로 개인 책상 위에 던져진 일이라고 본다. 그 권한을 감당할 시간도, 합의도 아직 회사 안에 없다.
"While meeting candidates directly also reduces the risk of AI misuse, the greater value is in revealing human strengths no technology can replicate."
지원자를 직접 만나는 게 AI 오용 위험을 줄이는 것도 있지만, 더 큰 가치는 어떤 기술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강점을 드러내는 데 있다.
— McKinsey 대변인 · Computerworld, 2025.08.26사람이 아닌 일꾼에게 사원증·직무기술서·퇴사 절차를 발급하는 일이 새 업무로 생겼다는 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