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마일스톤을 위해 달릴 것인가, 아니면 잠시 멈춰서서 달리는 방식 자체를 다시 만들 것인가. 이 선택은 추상적인 철학이 아니라 — 우리 회사의 새 회장이 실제로 내린 결정이다.
패트릭 쇠더룬드(Patrick Söderlund)는 EA의 월드와이드 스튜디오 부사장으로 배틀필드, 미러스 엣지,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를 만들던 사람이다. 2018년 EA를 떠나 스톡홀름에서 엠바크 스튜디오(Embark Studios)를 창업했을 때,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EA나 액티비전 같은 회사들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한 발 물러서서,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방식 자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했다."
— Patrick Söderlund, Embark Studios CEO
그는 동료 Robert Runesson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10배 빠르게 만들고 싶지 않다. 100배 빠르게 만들고 싶다. 10배가 목표면 기존 방식을 조금 손보면 된다. 100배가 목표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엠바크는 첫 1~2년을 게임이 아니라 — 절차적 콘텐츠 생성, 머신러닝 기반 애니메이션, 자체 콘텐츠 파이프라인, 25~30년 묵은 업계 표준 도구를 대체할 자체 툴을 만드는 데 썼다. 외부에서 보기엔 "왜 게임을 안 내지?"였다. 내부에서는 — 다음 10년치 가속 장치를 깔고 있었다.
그리고 2026년 2월 — 넥슨은 패트릭 쇠더룬드를 Executive Chairman으로 임명했다. 장기 전략, 크리에이티브 방향성, 그리고 '넥슨이 게임을 개발하는 방식 그 자체'를 책임지는 자리다. 이정헌 대표가 비즈니스를, 쇠더룬드가 — 우리가 매일 일하는 그 방식을 — 맡는다.
EA를 떠난 쇠더룬드와 DICE 출신 베테랑들이 스톡홀름에서 50명 규모로 시작. "EA와 같은 자원이 없으니,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
게임 대신 절차적 생성 도구, ML 기반 자동 애니메이션 시스템, 자체 콘텐츠 파이프라인 구축. 이 시기 발표한 시연 영상에서 "수동 애니메이션 없이 모델이 걷는 법을 학습한다"는 것을 보여줌.
넥슨이 잔여 지분을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 단, 자율성은 그대로 유지.
출시 2주만에 1,000만 플레이어 돌파. 이때부터 매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업데이트. 이게 가능한 이유는 — 5년 전에 깔아둔 파이프라인 덕분이다.
유료 게임으로 1,200만 카피 판매, 동시접속 96만. 300명 규모 스튜디오가 "AAA 게임의 일부 비용으로" 만들어낸 결과.
이정헌 대표가 비즈니스를, 쇠더룬드가 장기 전략 · 크리에이티브 · "넥슨이 게임을 개발하는 방식"을 총괄. 이건 그의 철학이 한 스튜디오의 실험에서 — 회사 전체의 방향이 됐다는 뜻이다.
이 철학이 우리 TSTF에, 우리 회사 전체에 적용된다는 것은 — 추상적인 슬로건이 아니다. 매일의 의사결정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다음 질문들을 함께 이야기해보자.
예를 들면 — 빌드 파이프라인, 테스트 자동화, 콘텐츠 생성 도구, 보고/리포팅 워크플로우, 사내 AI 도구. 무엇이 가장 후보인가?
"6개월 동안 보고할 결과물이 없는 시간"을 우리 조직은 견딜 수 있는가? 못 견딘다면,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10배가 목표면 기존 방식을 최적화한다. 100배가 목표면 방식 자체를 던진다. 우리 PM 업무에서 "100배"의 발상이 의미가 있는 영역은 어디인가?
"AI 도구 도입"과 "AI를 전제로 한 워크플로우 재설계"는 다르다. Claude Code, LiteLLM 도입이 전자에 머물 위험은 없는가?
AI 시대의 승자는
먼저 움직인 사람이 아니라,
이 도전이 무엇인지 이해한 사람이 될 것이다.
— Patrick Söderlund, Nexon Executive Chairman, 2026